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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325 Chess at Starbucks 2008/03/26
  2. 0324 The Wind 2008/03/24
  3. 0311 A Warm Afternoon 2008/03/12
  4. 0218 Night Fog 2008/02/18
  5. 0203 Dry Air (2) 2008/02/05

0325 Chess at Starbucks

from diary 2008/03/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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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초록색 가방에서 체스판, 말들 그리고 초시계(관찰한 결과 말을 놓자마자 상단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를 조심스레 펼쳐놓는 할아버지. 혼자서 말을 놓으시고 심각하게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고 혼자서 연습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 금세 붉은색 니트를 입으신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 같이 게임을 진행하신다. 커피를 마시려고 자주 찾는 곳이라 나이 드신 분들이 계셔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체스를 두시는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한국의 젊은 여학생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윽한 커피 향과 체스라... 어릴적 사랑방에서 어르신들이 모여앉아 천 원짜리와 동전을 수북이 깔고 화투를 즐기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랑방 옆 풀 냄새와 커피 향이 뒤섞인 이곳이 낯설게 느껴진다.
2008/03/26 12:43 2008/03/26 12:43

0324 The Wind

from diary 2008/03/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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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데 몸을 움츠린다.
때론 산들바람이 불 때도 움츠린다.
움츠리고 있는데, 누군가 멀리서 걸어온다.
잠시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히 하고 당당히 걷는다.
아는 이가 와서 인사를 한다.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나 또한 인사를 한다.
커피를 주문한다. 맛이 아주 진한 것이 나왔으면 한다.
갈수록 커피 맛이 맹맹하다. 담배를 태운다. 군대에 있을 적,
연기를 내뿜으면서 시름을 덜어놓은 적이 기억난다. '썩을 서 병장~'
지금 내뿜는 연기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차가운 이 시골동네의 바람은 담배연기와 함께 멈추지도 않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년에도 찾아올 이 친구는 지금 이곳으로 나를 내몰겠지.
그때는 좀 더 당당히 밝은 미소를 지키고 있으리라.
2008/03/24 14:00 2008/03/24 14:00

0311 A Warm Afternoon

from diary 2008/03/12 08:14
봄방학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데도 스튜디오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그렇게 북적였던 스튜디오도 써늘하다. 방학 기간에 방치했던 집안 살림도 좀 하고,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냉장고에 음식도 좀 채워 넣어야 할 것 같다. 밀린 과제도 할 계획인데 스튜디오 분위기가 휑해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오지도 않을 메일을 기다리는지 메일함을 계속 들춰 보기도 하고 아이튠을 열어 무슨 음악을 들을까 고민도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책장에 있는 하루키 소설(상실의 시대)을 집어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오래전에 읽었던 어렴풋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흐릿한 기억의 한 부분(와타나베가 커피숍에서 신문을 보는 부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하면서 페이지를 넘겼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창 밖의 따스한 햇살은 나른한 오후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읽는 하루끼 소설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 어느새 따스한 햇살은 잠들어 버렸구나... 이제 작업 개시!
2008/03/12 08:14 2008/03/12 08:14

0218 Night Fog

from diary 2008/02/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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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는 많은 실이 엉켜 있는 듯하다.
많은 실이 꼬여 있어 그 끝을 찾아 풀어 보려 시도해도 소용없다.
밤안개의 짙은 도시를 보듯 건너편 건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작은 불빛만이 내게 손짓을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아서일까?
복잡한 잡념이 나를 이끄는 것일까?
유리병 속 두 가지 사물을 손에 쥔 채 하나를 놓지 않아서일까?
엉켜 있는 실이 꼬여서 만든 공간과 형태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나를 괴롭히고 있다. 올가미처럼.
2008/02/18 14:20 2008/02/18 14:20

0203 Dry Air

from diary 2008/02/05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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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시간에 잠을 청한 탓에 일요일인 오늘 따스하고 나른한 오후 햇살이 느지막한 시간에 커튼 틈 사이로 나를 깨웠다. 눈을 뜨자마자 화창한 햇살의 나른함을 즐기기 위해 무작정 뉴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저 사람들이 그리워서였을 것이다. 왠지 뉴헤이븐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적막하다. 물론 뉴욕에 비하면 시골이지만 단지 시골이라서가 아니라 클래식한 예일대학 건물들과 거리의 학생들, 거기서 피어나는 공기가 도시 전체를 휘감은 듯하다. 여기에 온 이상 나 또한 이 뜨거운 공기 덩어리를 들이마시며 호흡하고 있지만, 너무나 건조한 나머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오래간만에 만난 뉴욕은 다를 것이 없다. 일요일이라 그런 것인지 그렇게 북적였던 거리도 오늘은 침묵을 지키려 하고 있다. 아니면 휴식을 취하는 것인지.
2008/02/05 06:28 2008/02/05 06:28